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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뜻을 정하여

tmc pastor 2018. 8. 26. 17:40

남유다를 정복한 바벨론은 이스라엘 왕족들 중에서 뛰어난 자제들을 본국으로 데리고 가서 바벨론의 학문과 언어를 배우게 합니다. 그리고, 바벨론의 음식을 먹이고, 3년 동안 바벨론식 문화교육을 통해서 바벨론이 키운 인재로 왕 앞에 서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바벨론은 식민지의 상위층들의 자제들을 바벨론의 인재로 양육해서, 식민지의 백성들이 친바벨론화 시키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였다.'라고 말합니다. 다니엘의 결단은 단지 좋은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니엘의 결단은 바벨론 왕국을 견고하게 세우기 위해서 식민지의 상위층 자제들을 바벨론화 시키고자하는 왕의 정책을 반대하는 행위였습니다. 

우리는 다니엘의 이런 결단을 대단한 믿음의 결단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니엘이 결단한 것은 음식 하나였습니다. 학문과 언어 교육은 거부하지 않고, 음식과 포도주만을 거절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니엘에게서 술을 먹지 않는 것에서 믿음을 배운다고 하거나, 다니엘의 결단이 나라를 구한 것 같은 믿음을 보여주었다고 의견을 제시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음식을 통한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겠지만, 오늘 다니엘서를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것은 강대국 바벨론의 포로로 살아가는 어린 다니엘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결단은 한 가지만으로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셨다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그동안 생각했던 위대한 다니엘을 잠시 내려놓고자 합니다. 혹 우리가 기대하는 다니엘은 대단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조차도 내려놓기 원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저 상상하고, 기대하는 누군가를 '위대하다.' 말하면서, 그 말에 동의함으로만 위로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이 '위대하다.'고 말해주어야, 그렇게 말하는 나도 그런 다니엘 같다고 만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내가 그리스도인이기에 타협하지 않는 한 가지, 혹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없다해도 우리의 삶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그 하나의 결단이 어쩌면 주님이 원하시는 것일 수 있음을 다니엘의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양심도 버려야하고, 경쟁에서도 부단히 이겨내야하고, 주어진 기회를 확복하기 위해서는 양심도 버려야 하는 세상이 바로 바벨론 입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기독교 신앙이라면 엄청난 무엇을 이루어 내야 한다면서,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세상 사람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경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데, 다니엘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믿음이란 작은 것 하나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만으로도 기뻐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당장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함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 보이는 작은 결단이라도, 만약 그것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세상을 향해 저항하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이라면, 또 진리이신 예수님을 따라가고자 시작된 작은 결단과 실천이라 할지라도, 바로 지금 내가 주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을 '뜻을 정하여' 주님께 소중히 내어드릴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을 주님께서는 기뻐하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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