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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속도 vs. 방향

tmc pastor 2017. 11. 21. 02:18

가끔 다른 목사들의 차를 타는 경우들이 있는데, 차를 타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된 목사들의 운전습관이 '과속'이었습니다. 성격은 참 조용한 편이지만 과속으로 교통티켓을 받으신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목사들이 그런 운전습관이 생기게 되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물론 이 분석은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목사의 사역의 대부분이 성도들을 찾아다니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차로 움직이는 시간이 많고,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운전속도를 올리게 됩니다. 결혼식이나 미리 스케줄이 잘 정리된 심방들도 있지만, 임종을 앞둔 성도의 심방이나, 원거리 심방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교통체증으로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속도를 올리면 목사도 사람인지라 속도가 주는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목사들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 풀어내야 하는데, 목사들은 술과 담배도 안하고, 그러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사실 목사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시간도 사치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운전할 때 스피드를 즐기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요즘은 커피를 좋아하는 목사들도 많아졌습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사역을 시작한지 13년이 되었습니다. 3년 전에 사역을 잠시 쉬면서 10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제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목회도 끝없이 질주해야하고, 교회도 끝없이 성장해야하고, 인생의 속도를 높이고, 그 속도를 즐기는 저의 모습 속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발견하였습니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말씀 앞에서 자기자신을 돌아보지도 못하는 연약함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던 속도를 멈추고나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달려 가던 길이 잘 못된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속도를 즐기다보니, 방향설정이 잘 못된 것을 몰랐습니다. "이 시대의 교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 시대의 목회자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는 관심도 없이 그냥 달리기만 했던 제 모습을 회개하였습니다.


스피드에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줄이고, 잠잠히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광야에 길을, 사막에도 강을 내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향만 잡히면 속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향없이 속도만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교회가 가야할 길도 함께 바라보며, 기도하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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