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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빌립이란 이름이 두명 나오는데, 그 중 한 명은 예수님의 제자 빌립, 다른 한 명은 초대교회 일곱집사 중에 한 명인 빌립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제자 빌립에 대해서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 빌립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중에 빌립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성경의 이야기는 요한복음 6장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립에게 물으십니다.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일 수 있겠느냐?” (요한복음 6:5)
빌립이 답합니다.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할 것입니다.” (요한복음 6:7)
빌립의 답변은 매우 현실적이고, 계산적입니다. 지금 모인 무리의 수와 이 무리를 먹이기 위한 계산이 예수님의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거침없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빌립의 대화에서 재미있는 점을 보면, 예수님은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질문하셨는데, 빌립은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입니다.
빌립이 왜 엉뚱한 대답을 했을까요?
빌립은 “아니, 떡을 살 돈도 없는데, 어디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의미조차 없다.”고 단정지어 버린 것입니다. 매우 현명하고, 냉철하고, 똑똑한 그런 빌립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8절에 한 제자가 또 나옵니다. 안드레입니다. 조금 전에 빌립이 명석한 계산과 판단으로 5000명을 먹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안드레는 엉뚱한 행동을 합니다. 한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예수님께 가지고 온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안드레가 들고 나온 물고기는 헬라어로 ‘opsarion’ 입니다. 그런데, ‘opsarion’ 은 그냥 물고기도 아니고, 볼품없이 작은 물고기를 말합니다. 즉, 안드레가 가지고 나온 물고기는 요한복음에서는 아주 볼품없는 것이고, 누가 봐도 어린 아이 한끼 식사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이미 정답을 맞추었는데, 졸다가 깬 안드레가 엉뚱한 답을 가지고 나온 상황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작은 물고기, 볼품도 없고, 어른도 아닌, 어린아이의 한끼 식사정도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예수님께서는 축사하시고, 제자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성경은 성인 남자만 5000명이 배불리 먹고 열두 바구니가 남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30명, 50명이 먹을 고기와 음식을 준비할 때면, 어느정도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성인 남자만 5000명이면, 어린아이와 여자까지 만 명이 넘었을 것입니다. 만 명이 먹으려면 재료 준비도 문제지만, 만들 장비 문제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 전에 빌립이 만 명이 먹을 양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 6:6 에 보면, 예수님께 빌립에게 질문하신 이유가 나오는데, ‘빌립을 시험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똑똑한 제자 빌립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서 질문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하나님 나라의 일은 똑똑한 판단력과 빠른 계산력을 가진 빌립과 같은 모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드레처럼 작은 것이라도 주님께 드려지는 온전한 헌신과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도 빌립같은 똑똑한 인물도 있고, 조금은 부족해 보이지만, 예수님을 어떻게 도와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묵묵히 기도하고, 헌신하는 안드레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똑똑한 빌립에게 오병이어의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이 인간적인 계산과 똑똑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헌신일지라도 주님 손에 들려지는면,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사실을 배운 빌립은 이후에도 성경에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빌립에게 오병이어의 사건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명석함을 내세우던 빌립이 이후 성경에 언급되지 않는 것이 큰 도전이 됩니다. 아마도 빌립은 하나님 나라의 사역의 원리를 배웠고, 그 가르침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묵묵히 살아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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